바나나 껍질 햐얀 줄 먹어도 괜찮을까? 어디부터 까는 게 좋을까?

바나나를 까다 보면 과육에 하얗고 긴 줄이 달라붙어 있습니다. 손으로 하나하나 떼어내는 분도 있고, 신경 쓰지 않고 그냥 드시는 분도 많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바나나를 꼭지 쪽에서 까는 사람과 반대쪽에서 까는 사람도 나뉩니다. 사소해 보이지만 알고 나면 꽤 쓸모 있는 바나나 상식 두 가지를 정리해봤습니다.

하얀 줄의 정체, 체관부 다발

바나나에 붙어 있는 하얀 줄의 이름은 ‘체관부 다발(phloem bundle)’입니다. 식물의 뿌리에서 끌어올린 수분과 양분을 열매 전체에 골고루 전달하는 통로로, 쉽게 말해 바나나 안쪽의 배관 같은 존재라고 보면 됩니다.

바나나 껍질 하얀 줄의 정체는?
바나나 껍질 하얀 줄의 정체는?

바나나가 달콤하게 익는 것도 이 줄 덕분입니다. 광합성으로 만들어진 당분이 체관부를 타고 과육 곳곳으로 퍼지기 때문입니다. 바나나 맛의 일등공신인 셈입니다.

먹어도 몸에 해롭지 않습니다

돌(Dole) 영양연구소의 니콜라스 길릿 박사도 체관부 다발이 해롭지 않다고 밝힌 적이 있습니다. 과일의 모든 부분은 기본적으로 건강에 좋다는 설명입니다. 실제로 체관부 다발에는 과육보다 복잡한 구조의 식이섬유가 들어 있고, 칼륨·비타민 A·비타민 B6 같은 영양소도 포함돼 있습니다.

영양분을 운반하는 관 역할을 해야 하니 섬유 조직이 과육보다 튼튼한 편입니다. 다만 바나나 한 개에서 체관부가 차지하는 양 자체가 워낙 적어서 영양 효과를 체감하기는 어렵습니다.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이 있습니다. 줄이 쉽게 떨어지면 충분히 익은 상태라는 뜻이고, 잘 안 떨어지면 아직 덜 익었다는 신호입니다. 바나나가 숙성되면서 과육과 껍질 사이 결합이 느슨해지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입니다. 겉으로 숙성도를 판단하기 어려울 때, 껍질을 까면서 줄이 얼마나 쉽게 떨어지는지 보면 됩니다.

바나나 껍질, 어디부터 까는 게 좋을까

대부분의 사람은 꼭지(줄기 쪽)를 잡고 꺾어서 껍질을 벗깁니다. 가장 익숙한 방법이긴 한데, 꼭지가 단단해서 잘 안 꺾이거나 과육이 으깨지는 경우가 종종 생깁니다. 덜 익은 바나나일수록 꼭지가 질겨서 힘이 좀 듭니다.

반대로 꽃자리(아래쪽 끝)에서 까는 방법도 있습니다. 바나나 끝부분을 손가락으로 살짝 꼬집으면 껍질이 깔끔하게 갈라집니다. 원숭이가 바나나를 먹을 때 쓰는 방식이라고 해서 흔히 ‘원숭이 까기’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이 방법에는 위생적인 장점도 있습니다. 수입 바나나는 재배와 운송 과정에서 살균 처리나 농약 봉지 씌우기를 거칩니다. 이때 꼭지 부분에 농약이 남아 있을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잔류농약 검사도 꼭지를 제거한 뒤 껍질만 검사하기 때문에, 꼭지 쪽 잔류 농약은 수치에 잡히지 않습니다. 기준치를 넘는 양은 아니지만, 꼭지를 직접 만지지 않는 편이 조금 더 안심이 되는 건 사실입니다.

꼭지를 만지는 게 꺼려진다면, 먹기 전에 바나나를 흐르는 물에 한번 씻거나 꼭지를 1cm 정도 잘라내면 충분합니다. 아래쪽부터 까든, 꼭지부터 까든 큰 위험이 있는 건 아니니 너무 걱정할 일은 아닙니다.

떼든, 그냥 먹든 취향대로

체관부 다발은 독성이 없고 영양분도 들어 있으니 굳이 떼어낼 이유가 없습니다. 그런데 식감이 거슬린다면 떼어내도 상관없습니다. 취향의 영역입니다.

식감이 신경 쓰이는 분은 스무디에 바나나를 통째로 넣거나, 바나나 빵을 만들 때 줄째 으깨면 됩니다. 다른 재료와 섞이면 체관부의 질긴 식감은 거의 느껴지지 않습니다. 냉동 바나나를 만들 때도 줄을 떼지 않는 편이 오히려 편합니다.

다음번 바나나를 까실 때 한번 시도해 보면 좋겠습니다. 아래쪽부터 살짝 꼬집어 까보고, 하얀 줄도 떼지 말고 그냥 한입 드셔 보시면 됩니다. 생각보다 아무 맛도 안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