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철도 지도를 다시 그려야 할 시점입니다. 시속 460km로 달리는 자기부상열차부터 막 출발선에 선 180km짜리 모델까지, 같은 대륙 안에서도 격차가 두 배 이상 벌어졌습니다.
아시아 고속열차 순위 TOP 10
영국의 철도 전문 매체 RailwayGazette가 공개한 2026년 기준 아시아 고속열차 상위 10종을 한 줄로 세워 보면 속도 비교를 넘어 기술과 자본, 외교가 함께 얽힌 풍경이 드러납니다. 어떤 모델이 어디에서 누구의 기술로 굴러가는지를 따라가다 보면 미래의 흐름까지 보입니다.
| 순위 | 모델명 | 국가 | 최고 속도 |
|---|---|---|---|
| 1 | Shanghai Maglev | 중국 | 460 km/h |
| 2 | CR450 (Prototype) | 중국 | 400 km/h |
| 3 | CR400AF Fuxing | 중국 | 350 km/h |
| 4 | CRH380A Hexie | 중국 | 350 km/h |
| 5 | Whoosh (KCIC) | 인도네시아 | 350 km/h |
| 6 | E5 Shinkansen | 일본 | 320 km/h |
| 7 | E2/N700 Shinkansen | 일본 | 300-320 km/h |
| 8 | KTX | 한국 | 305 km/h |
| 9 | THSR | 대만 | 300 km/h |
| 10 | Vande Bharat | 인도 | 180 km/h |
상하이 마글레브가 압도적인 이유
460km/h는 나머지 9종과 차원이 다른 영역입니다. 마글레브는 바퀴와 레일의 마찰을 거의 쓰지 않습니다. 자기력만으로 차량을 공중에 띄워 이동시키는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마찰 저항이 사라지면 일반 고속열차가 도달하기 어려운 속도 구간이 열립니다.
다만 운영 노선이 30km 남짓에 불과합니다. 도시 간 장거리 운송에는 쓰이지 못하는 한계가 분명합니다. 건설비와 유지비도 너무 높아 범용 인프라로 확장하기에는 부담이 큽니다. 일본이 도쿄와 나고야 사이에 500km/h급 자기부상 노선을 따로 추진하는 배경에도 같은 고민이 깔려 있습니다.
중국이 1~4위를 모두 가져간 배경
30년 가까이 부어 온 전국망 투자가 결과로 돌아왔습니다. 시속 400km급 시제차 CR450, 주력 영업열차 CR400AF 푸싱호, 한 세대 앞선 CRH380A 허셰호가 줄지어 자리합니다. 350km/h 상용 운행을 전국망 단위로 굴리는 나라는 지금까지 중국이 유일합니다.

물량과 가격을 무기로 한 기술 수출도 이번 순위에 그대로 비쳤습니다. 5위에 오른 인도네시아 Whoosh는 자카르타와 반둥을 잇는 동남아 첫 고속선으로, 차량과 신호 체계 모두 중국제입니다. 표준 궤간부터 정비 매뉴얼, 운전사 교육까지 중국 표준이 통째로 이식되었습니다. 운영 속도가 350km/h로 본국 주력기와 같은 까닭이 여기 있습니다.
일본·한국·대만이 지키는 자리
신칸센은 속도 경쟁에서 한 발 물러난 대신 정시성과 안전성으로 자리를 굳혔습니다. E5는 320km/h, E2와 N700은 300~320km/h 구간을 영업합니다. 평균 지연이 초 단위로 관리되는 운영 노하우는 다른 나라가 단기간에 따라잡기 어려운 영역에 가깝습니다. 일본은 그 위에 리니어 중앙 신칸센으로 500km/h급 자기부상 노선을 따로 깔고 있어, 개통 시점에 따라서는 1위 자리가 다시 흔들립니다.
한국 KTX는 305km/h로 8위입니다. 출발은 프랑스 TGV 기술 도입이었지만, 이후 자체 개발한 HEMU-430X 시험차가 시속 421km까지 도달했고, 차세대 KTX-청룡 도입도 진행 중입니다. 영업 최고 속도는 아직 305km/h에 묶여 있지만, 신호 시스템과 차량 양쪽에서 320km 이상을 받아 낼 준비가 끝나 가는 분위기입니다. 대만 THSR은 일본 신칸센 차량을 들여와 300km/h로 운영하면서 아시아 네트워크의 한 축을 맡습니다.
인도가 아직 180km/h에 머무는 까닭
Vande Bharat의 180km/h는 인도가 기존 협궤·재래선 위에서 안전하게 굴릴 수 있는 한도에 가깝습니다. 선로 자체를 새로 깔지 않으면 더 끌어올리기 어려운 숫자라는 뜻입니다. 인도는 같은 시기 일본 신칸센 기술을 들여와 뭄바이~아메다바드 320km/h급 노선을 따로 짓고 있고, 자체 모델 Vande Bharat은 단거리 도시 간 노선에 집중 배치하는 이원 전략을 택했습니다. 2030년 전후로 가동에 들어가면 순위 자체가 다시 짜입니다.
지금 순위만 보면 중국의 독주가 두드러지지만, 일본 자기부상 노선이 개통되는 해, 한국 KTX-청룡이 본격 영업에 들어가는 해, 인도 신칸센이 가동하는 해가 겹치는 2030년 전후를 같이 봐야 그림이 완성됩니다. 지금 1위에 누가 있느냐보다, 다음 5년 동안 누가 가장 멀리 이동했는지가 더 흥미로운 질문일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