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빈치 리졸브 무료 정책 흔들리나? 블랙매직 디자인 지분 소송

영상 편집을 해 본 사람이라면 다빈치 리졸브(DaVinci Resolve)라는 이름을 한 번쯤 들어봤을 겁니다. 색보정 프로그램을 무료로 풀고 카메라와 스위처를 파는 호주 회사 블랙매직 디자인(Blackmagic Design)이 만든 소프트웨어입니다. 그 회사를 세운 세 사람이 지금 호주 연방법원에서 마주 서 있습니다. 2026년 7월 호주 ABC 보도로 알려진 블랙매직 디자인 소송은 28% 지분을 둘러싼 다툼입니다.

경쟁사 CEO가 된 공동 창업자

소를 낸 쪽은 피터 바버(Peter Barber)입니다. 2001년 멜버른에서 그랜트 페티(Grant Petty), 더글러스 클라크(Douglas Clarke)와 회사를 세웠고, 8년 동안 일곱 개 기업 인수를 이끌었던 인물입니다. 지금은 모니터·레코더 제조사 아토모스(Atomos)의 최고경영자로 일합니다.

아토모스는 블랙매직 디자인과 같은 시장에서 제품을 파는 회사입니다. 옛 동업자가 경쟁사 수장 자리에서 자신이 세운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건 구도입니다. 아토모스는 2026년 7월 24일 공시에서 이번 절차가 바버 개인의 지분 문제이며 회사 운영·재무·지배구조에 영향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지분은 페티와 클라크가 각각 약 35.8%, 바버가 약 28%를 쥔 3인 과점입니다. 바버 측은 2016년 이사회에서 물러난 뒤로 급여도 배당도 받지 못했다고 주장합니다. 당시 회사는 그가 임원 직무를 수행하지 않았다고 호주증권투자위원회(ASIC)에 통보했습니다. 재무·경영 정보를 보는 통로까지 막혔다는 것이 원고 측 설명입니다.

소장이 요구한 세 갈래 결말

법원에 낸 요구는 세 가지입니다. 페티와 클라크가 자기 지분을 공정 가치에 사들이거나, 제3자 매각 절차를 회사가 막지 않거나, 둘 다 어려우면 회사를 청산하라는 것입니다. 근거로 든 법리는 소수 주주 억압입니다.

배경에는 10년 전 무산된 매각 시도가 놓여 있습니다. 소장에 따르면 벤처캐피털 파이브 브이 캐피털(Five V Capital)이 투자를 검토했습니다. 페티는 지분이 외부로 넘어가면 맞서겠다고 했고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적대적인 상대가 되겠다고 말한 것으로 서면에 적혀 있습니다. 페티와 클라크는 아직 답변서를 제출하지 않았고 공개 입장도 내놓지 않았습니다. 두 사람 측은 바버가 패소할 경우 소송 비용을 감당할 돈을 미리 예치하게 하는 신청을 검토 중입니다.

블랙매직 디자인 소송의 숫자 문제

바버 측 변호인은 회사에 묶인 자산이 약 9,800만 호주달러라고 법원에서 밝혔습니다. 국내외 매체 상당수가 이 금액을 28% 지분의 가치로 옮겨 적었습니다.

항목소장·보도 수치원화 환산
피터 바버 지분약 28%
페티·클라크 지분각각 약 35.8%
바버 측이 밝힌 묶인 자산약 9,800만 호주달러약 975억 원
2025년 매출5억 5,000만 호주달러 이상약 5,470억 원 이상
투자 검토 당시 기업 가치9억~15억 호주달러약 8,950억~1조 4,900억 원
자료: 호주 ABC 보도 인용 각 매체 종합, 2026년 7월 / 환산은 2026년 8월 10일 1호주달러 994.86원 기준

같은 서면이 인용한 기업 가치는 9억~15억 호주달러였습니다. 여기에 28%를 곱하면 2억 5,000만~4억 2,000만 호주달러가 나옵니다. 바버 측이 말한 9,800만 호주달러는 미지급 배당과 출자금을 더한 장부상 금액일 수도 있고, 유동성 할인을 크게 반영한 지분 평가액일 수도 있습니다.

청산 청구는 왜 넣었을까

세 청구 중 청산은 실현 가능성이 가장 낮은 항목입니다. 연 5억 호주달러 넘는 매출을 올리며 전 세계 10곳에 사무소를 둔 회사를 법원이 해산시키는 판단은, 소수 주주 구제 수단 가운데서도 맨 마지막에 놓이는 선택입니다. 협상 테이블을 만드는 지렛대로 읽는 편이 자연스럽습니다.

대주주 매입 명령이 나온다면 자금 조달이 관건으로 넘어갑니다. 비상장사라 유보금 규모나 차입 여력은 공개돼 있지 않아, 감당 가능한지를 지금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이런 분쟁에서는 대체로 개인 자금, 회사의 자사주 매입, 분할 정산, 금융권 차입을 섞어 씁니다. 제3자 매각이 허용되는 쪽으로 가면 28%를 쥔 외부 투자자가 주주총회에 들어옵니다. 배당 확대나 상장을 요구하는 순간 2차 갈등이 시작됩니다.

블랙매직 디자인사의 대표적인 소프트웨어 제품인 다빈치 리졸브
블랙매직 디자인사의 대표적인 소프트웨어 제품인 다빈치 리졸브

다빈치 리졸브 사용자가 볼 대목

한국 영상 제작자에게 이 사건이 실제로 영향을 미칠 대목은 제품 가격 정책입니다. 다빈치 리졸브 무료 버전은 스튜디오 버전과 하드웨어 판매로 비용을 메우는 구조여서, 분기마다 실적을 설명할 의무가 없는 비상장 회사에서 오래 버틸 수 있었습니다. 기관 투자자가 주주로 들어오면 무료 배포의 기회비용이 곧바로 논의 대상에 오릅니다. (관련글: 다빈치리졸브 이게 정말 무료라고?···추천 무료 동영상편집프로그램 ‘다빈치 리졸브’)

28%로 경영권을 흔들지는 못합니다. 페티와 클라크가 합쳐 71%대를 유지하는 한 제품 노선은 지금 방향대로 갈 공산이 큽니다. 다만 배당을 요구하는 주주가 생기면 개발에 재투자하던 현금의 성격이 달라집니다.

블랙매직 디자인 소송에서 지금까지 드러난 정황은 전부 원고 한쪽이 낸 서면에서 나왔습니다. 페티와 클라크의 답변서가 접수되면 배당 중단과 매각 방해를 두고 전혀 다른 설명이 나올 여지가 남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