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부르는 단어 하나에 그 사회가 무엇을 소중히 여기는지 다 들어 있습니다. 어떤 나라는 사랑하는 사람을 신체의 일부라 부르고, 어떤 나라는 집이라 부릅니다. 다음 소개할 12개국 사례를 보면 사랑을 부르는 방식이 문화권마다 이렇게 다릅니다.
세계의 독특한 애칭·문화별 사랑 표현
같은 감정도 표현 방식이 바뀌면 받아들이는 감각이 달라집니다. 무엇을 빗대 부르느냐를 따라가다 보면 그 나라의 가치관이 손에 잡힙니다.
신체 부위에 빗댄 지극한 사랑
신체에 빗댄 애칭은 “당신이 없으면 나도 살 수 없다”는 절박함을 짧게 압축합니다. 아랍권의 “야 오유니(يا عيوني)”는 내 눈이라는 뜻입니다. 눈을 영혼의 창으로 보는 문화권에서 상대를 눈이라 부르는 건 “내가 세상을 보는 방식이 곧 너”라는 고백에 가깝습니다.
이란에서는 “제가르(جگرم)” — 내 간 — 이라고 부릅니다. 서구가 심장을 사랑의 근원으로 두는 자리에 페르시아는 간을 놓았습니다. 전통 의학이 간을 감정과 생명력의 중심으로 봤기 때문입니다. “내 간을 먹어라”가 극존의 애정 표현이 되는 까닭이 여기 있습니다.

인도네시아의 “부아 하티쿠(buah hatiku)”는 “내 마음의 열매”입니다. ‘Hati’는 문법상 간을 가리키지만, 인도네시아어 안에서는 감정이 모이는 자리로 굳었습니다. 자녀에게도, 연인에게도 같은 단어를 씁니다. 터키의 “루훔(ruhumm)”은 영혼입니다. 신체보다 더 안쪽까지 내어주는 단계입니다.
국가적 상징과 가치 투영
태국에서 코끼리는 왕실의 상징이자 행운의 동물입니다. 연인을 “창 노이(ช้างน้อย)” — 작은 코끼리 — 라 부르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큰 것에 빗대지 않고 일부러 “작은”을 붙이는 결이 흥미롭습니다.
필리핀의 “마할(mahal)”은 타갈로그어로 ‘비싸다’와 ‘사랑하다’를 동시에 뜻합니다. 사랑을 값비싼 보물처럼 다뤄야 한다는 감각이 단어 안에 그대로 박혀 있습니다. 인도의 “찬드(चाँद)”는 “내 인생의 달”이라는 뜻입니다. 인도 시문학에서 달은 아름다움의 최고 비유였습니다. 상대를 가장 빛나는 자연물에 올려놓는 셈입니다.
거리감을 좁히는 단어가 살아남는다
중국의 “샤오 샤과(小傻瓜)” — 작은 바보 — 는 정반대 방향의 친밀함입니다. 진짜 어리석다는 의미는 빠지고, “내 앞에서는 허술해도 괜찮다”는 안도감만 남습니다. 역설로 거리를 좁히는 방식이라 할 만합니다.
한국의 “자기야”는 본래 자기 자신이라는 단어였습니다. 상대를 자기라 부르는 건 너와 나의 경계를 흐리는 행위에 가깝습니다. 영어로는 ‘Honey’로 옮겨졌지만, 안쪽 뜻은 훨씬 더 묵직한 셈입니다.
베트남의 “냐 민(nhà mình)”은 “우리 집”입니다. 배우자를 집이라 부르는 사회는 가정을 사람으로 등치하는 데 망설임이 없습니다. 일본의 “아나타(あなた)”는 그냥 “당신”입니다. 평범한 2인칭이지만 부부 사이에서 쓰일 때는 존중과 거리감이 동시에 흐릅니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약간의 격식을 일부러 남겨둡니다.
말레이시아의 “B”는 영어 Baby의 약자입니다. 짧을수록 친밀해 보인다는 새로운 감각이 한 글자 안에 들어가 있습니다.
| 국가 | 애칭 | 원어 표기 | 뜻 |
|---|---|---|---|
| 중국 | 샤오 샤과 | 小傻瓜 (xiǎo shǎguā) | 작은 바보 |
| 일본 | 아나타 | あなた (anata) | 당신 |
| 한국 | 자기야 | 자기야 (jagiya) | 자기 자신 (honey) |
| 인도네시아 | 부아 하티쿠 | buah hatiku | 내 마음의 열매 |
| 필리핀 | 마할 | mahal | 비싼·사랑하는 |
| 태국 | 창 노이 | ช้างน้อย (chang noi) | 작은 코끼리 |
| 베트남 | 냐 민 | nhà mình (nha minh) | 우리 집 |
| 인도 | 찬드 | चाँद (chaand) | 내 인생의 달 |
| 이란 | 제가르 | جگرم (jegaron) | 내 간 |
| 터키 | 루훔 | ruhumm | 내 영혼 |
| 아랍권 | 야 오유니 | يا عيوني (ya oyouni) | 내 눈 |
| 말레이시아 | B | B | Baby의 약자 |
연인을 뭐라고 부르는지를 따라가면 그 나라 사람들이 사랑을 어떤 무게로 들고 다니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한국어를 쓰는 사람으로서, “자기”라는 단어가 이 지도 위에 어디쯤 놓이는지 가늠해 보는 일도 흥미로울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