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도 배송받는 시대? 삼성·LG도 뛰어든 AI 모듈러 주택 시장

공장에서 만든 집을 트럭에 싣고 부지로 옮깁니다. 낯선 방식 같지만 2026년 6월에만 국내 대형 가전 회사 두 곳이 나란히 제품을 내놨습니다. 삼성전자는 목조 모듈러 주택 기업 공간제작소와 손잡고 ‘삼성 AI 모듈러 홈’을 선보였고, LG전자는 모듈러 주택 ‘LG 스마트코티지’의 20평대 모델 두 종을 출시했습니다. AI 모듈러 주택이라는 말이 갑자기 늘어난 배경입니다.

두 회사가 파는 물건은 같지 않습니다. 한쪽은 솔루션을 공급하고, 한쪽은 집 자체를 완제품으로 팝니다. 가격을 매기는 기준도 서로 다릅니다. 카탈로그에 적힌 숫자만 옆으로 나란히 놓고 비교하면 판단을 그르치기 쉬운 구조입니다.

가전 회사가 집을 파는 이유

가전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입니다. 제품 품질이 올라가면서 교체 주기는 길어졌고, 중국 업체와의 가격 경쟁도 거세졌습니다. 개별 제품을 하나씩 파는 방식으로는 수익을 지키기 어려워진 셈입니다.

집을 설계하는 첫 단계에 들어가면 계산이 달라집니다. 냉난방공조, 홈 IoT 허브, 빌트인 가전을 규격으로 묶어 넣으면 거주자는 입주와 동시에 특정 플랫폼 위에서 생활하게 됩니다. 냉장고 한 대를 파는 일과는 성격이 다른 매출입니다. 이사할 때 가전을 옮겨 가더라도 생활 습관은 그 플랫폼에 남습니다.

타깃이 단독주택인 점도 눈여겨볼 대목입니다. 삼성전자는 단독주택 거주자의 불편을 침입·보안, 화재·누수, 에너지 관리, 가족·지인 초대라는 네 영역으로 나눠 접근했습니다. 아파트와 달리 관리 인력이 없는 집에서는 원격 감시와 자가 진단이 실질적인 값을 합니다. 공장 제작 단계에서 가전과 IoT 기기가 이미 등록된 채 배송되므로, 입주 후 기사를 불러 네트워크를 잡는 절차도 사라집니다. 두 회사가 파는 물건은 집이라기보다 플랫폼에 가깝습니다.

삼성은 플랫폼, LG는 완제품

삼성전자는 자체 브랜드로 주택을 짓지 않습니다. 목조 모듈러 전문 기업인 공간제작소 같은 파트너사에 스마트싱스(SmartThings) 기반 AI 홈 솔루션을 공급하는 오픈 플랫폼 방식을 골랐습니다. 경기도 화성시 쇼룸은 100평형과 20평형 두 곳으로 꾸며졌고, 모듈 크기는 부지에 맞춰 33㎡·99㎡·132㎡ 중에서 고릅니다. 회사가 밝힌 목표는 3년 누적 1만 채입니다.

1억 대 단독주택, Z-20 ‘삼성 AI 모듈러 홈’

LG전자의 방식은 반대편에 있습니다. 공식 홈페이지에서 부지 선정부터 외장재와 가구 패키지까지 고른 뒤 예상 비용을 확인하는, 상품에 가까운 판매 구조입니다. 모듈러 제작은 전문업체 스페이스웨이비와 협업합니다. 여기서 흔한 오해가 하나 있습니다. 2026년 7월 발표된 GS건설과의 협력은 씽큐 온(ThinQ ON)을 아파트 단지 인프라와 연동하는 사업이며, 모듈러 주택 라인과는 다른 축입니다.

LG전자의 AI 모듈러 주택 스마트코티지
LG전자의 AI 모듈러 주택 스마트코티지, LG전자
구분삼성 AI 모듈러 홈LG 스마트코티지
판매 방식파트너사에 AI 홈 솔루션 공급자사 채널에서 완제품 직접 판매
모듈러 협력사공간제작소(목조)스페이스웨이비
대표 사양33㎡·99㎡·132㎡ 선택형8평~24평 8종, MONO·DUO
가격 기준평당 500만~600만 원(건축비)MONO Core 72 1억 9,950만 원부터
AI 축스마트싱스 연동 기기 20여 종AI 홈 허브 씽큐 온 기본 탑재
자료: 삼성전자·LG전자 발표, 2026년 6월 기준

삼성은 집을 짓는 회사에 기술을 넣고, LG는 집을 완성해 배송합니다.

AI 모듈러 주택의 가격표는 절반

숫자를 읽을 때 기준선을 먼저 봐야 합니다. LG전자가 신제품에 붙인 “평당 가격 최대 76% 저렴”이라는 설명은 자사 기존 모델과 비교한 값입니다. 철근콘크리트 주택과의 비교가 아닙니다. 삼성 쪽의 평당 500만~600만 원도 건축비 기준이며, 공간제작소는 목조 모듈러 자체의 건축비를 평당 약 480만 원, 기존 공법의 60~70% 수준으로 설명했습니다. 공개된 가격은 대부분 본체 값입니다.

사람이 살 수 있는 상태까지 가려면 항목이 더 붙습니다. 경사면 정리와 옹벽, 모듈을 고정할 콘크리트 기초 타설이 먼저입니다. 인허가 설계 대행과 감리 비용이 뒤따르고, 상수도나 지하수 개발, 정화조 매설, 한전 전기 인입 공사가 이어집니다. 공장에서 현장까지의 특수 트레일러 운임과 크레인 사용료도 별도입니다. 마감재 등급을 올리면 평당 단가 자체가 움직입니다.

시장 규모를 인용할 때도 같은 주의가 필요합니다. 글로벌 모듈러 건축 시장의 2025년 추정치는 조사기관에 따라 948억 달러에서 1,650억 달러까지 벌어집니다. 편차가 1.7배입니다. 어떤 건축물을 모듈러로 셀지, 상업용 시설을 어디까지 포함할지가 기관마다 다른 탓입니다. 특정 숫자 하나를 확정된 시장 크기처럼 옮겨 적으면 근거가 약해집니다.

농막 규제는 이미 바껴

소형 모듈러를 알아보는 분들이 가장 자주 틀리는 부분이 여기입니다. 20㎡ 농막을 전제로 계획을 세웠다면 기준이 낡았습니다. 2024년 12월 시행된 농지법령으로 농촌체류형 쉼터 제도가 생겼습니다. 연면적 33제곱미터, 약 10평까지 허용되며 숙박과 취사가 합법입니다. 존치 기간은 최장 12년입니다.

면적 산정에서 빠지는 항목도 늘었습니다. 데크와 처마, 정화조, 주차장 1면은 연면적에 넣지 않습니다. 절차는 가설건축물 축조 신고를 거쳐 농지대장에 등재하는 흐름입니다. 방재지구와 붕괴위험지역 등에는 설치가 막히므로 부지 확인이 앞서야 합니다.

정식 주택으로 허가를 받으면 계산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6평짜리 소형이어도 주택 수에 잡히고, 종부세와 양도세 부담이 함께 올라갑니다. 완충 장치로 세컨드 홈 특례가 있습니다. 기존 1주택자가 인구감소지역에서 공시가격 4억 원 이하 주택 한 채를 더 취득하면 1세대 1주택으로 봐주는 제도이며, 2024년부터 2026년 12월 31일까지의 취득분이 대상입니다. 가액 기준을 9억 원으로 올리자는 방안이 2025년 나왔지만 최종 시행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결국 목적이 주말 체류인지 정주인지에 따라 골라야 할 제품군 자체가 갈립니다.

설치를 막는 건 도로 폭

계약서에 도장을 찍기 전 확인할 것은 부지로 가는 길입니다. 모듈은 공장에서 방 형태로 완성된 채 이동합니다. 진입로 폭이 좁으면 운반 차량이 들어가지 못합니다. 도로 위로 전선이 낮게 걸려 있거나, 고갯길 경사와 급회전 구간이 심한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수십 톤 규모의 트럭과 크레인이 서야 할 자리가 나오지 않으면 조립 자체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이동 과정의 진동도 변수입니다. 장거리를 달려온 모듈에서는 시공 직후 벽지 미세 균열이나 실리콘 마감 탈락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구조 결함과는 성격이 다른 초기 하자에 가깝습니다. 하자 보수 창구가 분명한 곳을 고르는 편이 장기 유지비를 줄입니다. 두 회사 모두 계약 전 현장 실사를 상담 절차에 넣어 뒀습니다.

순서를 바꿔 보면 판단이 쉬워집니다. 견적서를 먼저 받아 비교하는 대신, 내가 필요한 공간이 33㎡ 쉼터인지 정식 주택인지부터 정하는 편이 낫습니다. 그다음이 부지 진입로이고, 가격표는 세 번째입니다. AI 모듈러 주택의 평당 단가는 이 세 가지가 정해진 뒤에야 의미를 갖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