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비유학생 한 명에게 붙이는 지원금은 미국 파견 기준으로 연 4만 5,000달러 수준이었습니다. 2019년 이 사업에 들어간 예산은 58억 1,500만 원이었습니다. 국민 세금으로 해외 석·박사 학위를 따게 해주는 제도인 만큼, 학위를 마친 뒤 이들이 어디에 정착했는지 묻는 목소리는 오래전부터 국회와 학계 양쪽에서 이어져 왔습니다.
한국 국비유학생 미귀국 실태
미귀국 국비유학생, 숫자가 없어
교육부와 국립국제교육원, 공공데이터포털 어디에서도 미귀국자 수를 상시 집계해 공표하는 통계표는 확인되지 않습니다. 공개 자료는 연도별·국가별 선발·파견 인원까지입니다.
원인은 관리 부실보다 한 단계 앞에 있습니다. 귀국 의무 자체가 법에서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예전에는 장학금을 받은 기간에 비례해 국내에서 의무 복무하도록 정해두고, 이행하지 않으면 장학금을 환수했습니다. 「국외유학에 관한 규정」이 1998년 개정되면서 학위과정 대상자의 복무 조항이 먼저 풀렸고, 2008년 32기 선발자부터는 모든 전형에서 이 조항이 없어졌습니다.
의무가 없어진 뒤로는 학위를 마친 연구자가 현지 기업이나 대학에 자리를 잡아도 규정 위반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행정기관이 수혜자의 체류지를 강제로 추적할 근거도 함께 사라졌습니다. 숫자가 없는 상태는 1998년과 2008년 개정이 남긴 결과입니다.
학위 확인조차 안 된 339명
2019년 6월 뉴시스 보도에 국비유학한림원이 집계한 숫자가 실렸습니다. 2004년부터 2014년 사이 선발된 501명 가운데 339명, 67.6%는 학위를 취득했는지 여부조차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이 수치는 종종 미귀국률로 옮겨 적히지만, 실제로 가리키는 항목은 학위 취득 확인율입니다. 귀국 여부는 그다음 단계에 놓이므로, 67.6%라는 숫자만으로 339명이 해외에 남았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학위를 땄는지조차 파악되지 않는다면, 사후관리는 그보다 앞선 단계에서 이미 끊긴 셈입니다. 그래서 이 숫자를 안심할 근거로 읽기도 어렵습니다.
같은 시기 김해영 의원실이 국립국제교육원에서 받은 자료에는 더 구체적인 그림이 담겼습니다. 2009년부터 2018년까지 파견된 489명 중 실제로 학위를 취득한 인원은 240명, 49.3%에 그쳤습니다. 국비 지원 기간인 2년이 지나 자비로 유학을 연장한 학생이 94명으로 19.3%였고, 중도 포기는 5명, 휴학 등은 13명이었습니다.
보고 의무까지 없어진 것은 아닙니다. 유학 기간에는 해마다 재외공관에 학사보고를 하고, 학위를 마치면 결과보고서를 내도록 정해져 있습니다. 걸리는 대목은 내지 않아도 아무 일이 생기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국비유학한림원 측은 박사과정을 마치고 돌아오기에 충분한 5년이 지난 뒤에도 연락이 닿지 않는 장학생이 상당수라고 지적했습니다.

귀국 의무를 다시 넣어야 할까
의무 복무를 되살리자는 쪽은 형평성에서 출발합니다. 군 위탁교육, 공무원 국외훈련, 정부출연연구기관의 학위 지원은 연수 기간의 두세 배에 달하는 의무 복무 기간을 두고, 이행하지 않으면 지원금을 환수합니다. 같은 국고에서 나가는 돈인데 국비 유학만 조건이 비어 있다는 지적입니다.
신중론은 헌법이 보장하는 직업 선택의 자유와 거주·이전의 자유를 듭니다. 1998년 규정이 바뀐 계기도 이 문제 제기였습니다. 여기에 지식 순환(Brain Circulation) 관점이 더해집니다. 해외 유수의 연구기관이나 글로벌 기업에 한인 연구자가 자리를 잡는 일 역시 국가적 네트워크 자산이 된다는 설명입니다.
현실적인 걸림돌도 있습니다. 최첨단 분야 학위를 들고 돌아와도 국내에 그만한 연구 환경이나 자리가 없으면 인재가 묻힙니다. 2019년 당시에도 해외 석·박사 학위를 따더라도 국내에 양질의 일자리가 적다는 진단이 함께 나왔습니다.
해외는 비자와 돈으로 묶어
| 국가·제도 | 귀국·복무 의무 | 미이행 시 조치 |
|---|---|---|
| 미국 풀브라이트(Fulbright, J-1) | 프로그램 종료 후 본국 2년 거주 | H·L 비자와 영주권 신청 불가, 면제 승인은 드묾 |
| 영국 셰브닝(Chevening) | 수학 종료 직후 본국 2년 거주 | 장학금 전액 반환 책임, 졸업생 비자 신청 불가 |
| 중국 국가유학기금관리위원회(CSC) | 귀국 후 국내 2년 연속 복무 | 지원금 전액 배상 + 30% 위약금 |
| 대만 교육부 공비유학 | 지원받은 연수만큼 귀국 복무, 최장 15년 연기 가능 | 미이행 시 전액 배상, 이자 없음 |
| 한국 국비유학 | 없음(1999년·2008년 단계적 폐지) | 없음 |
| 자료: 각국 정부·장학기관 공개 규정, 2026년 8월 확인 | ||
네 나라 모두 귀국 의무를 유지하되, 강제 수단이 비자냐 위약금이냐에서 갈립니다.
미국 사례는 한 번 더 볼 만합니다. J-1 비자로 나간 유학생에게는 2년 본국 거주 의무가 붙습니다. 미국 정부 지원금을 받은 경우, 그리고 본국 정부에서 지원금을 받은 경우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한국 정부가 1998년에 걷어낸 조건을 미국 이민법이 대신 걸어두는 구조인 셈입니다.
국비유학생이 어떤 비자로 나가는지는 개인마다 갈리므로, 전원에게 이 조항이 걸린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공적 자금을 받은 사람의 귀국을 어떻게 다룰지에서 두 나라가 반대쪽을 향한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대만이 15년 전에 밟은 길
국내 논의에서 절충안으로 자주 나오는 설계는 둘입니다. 지원금을 무이자 융자로 주고 국내에서 일정 기간 복무하면 상환을 면제하는 조건부 상환 방식이 하나입니다. 물리적 귀국 대신 공동 연구나 기술 이전 같은 기여를 복무 이행으로 인정하자는 안이 나머지 하나에 해당합니다.
대만은 이미 해봤습니다. 두 번째 설계를 민국 99년, 그러니까 2010년부터 운영해 왔습니다. 세계 상위권 대학이나 기업, 외국 정부기관, 주요 국제기구 등에 자리를 잡은 공비유학생은 귀국 복무를 최장 15년까지 미룰 수 있습니다. 의무 자체는 그대로 남아서, 15년 안에 돌아오지 않으면 받은 돈을 한 번에 전액 배상해야 합니다.
여기서 나온 반응이 한국 논의에 참고가 됩니다. 대만에서는 공비생의 황금기 15년을 국내가 쓰지 못한다면 공비의 의미가 무엇이냐는 물음이 나왔고, 배상금에 이자가 붙지 않는다는 점을 두고 사실상 무이자 대출과 다를 게 없다는 지적도 이어졌습니다. 유연하게 설계할수록 회수 강도가 약해진다는 문제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