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포브스가 세계 억만장자 명단을 공개했습니다. 전체 3,428명 중 여성은 481명, 비율로는 13.4%에 그칩니다. 숫자만 보면 예년과 비슷한 흐름 같지만, 상위 10명 안에서 벌어진 자산 이동의 폭은 그 어느 해보다 컸던 셈입니다. 1위 자산이 1년 사이 30% 늘었다는 사실 하나만 봐도 그렇습니다.
세계 10대 여성 부호 순위
481명 중 1위 자리, 어떻게 결정됐을까
이번 명단에서 가장 눈에 띄는 사람은 단연 앨리스 월턴입니다. 월마트 창업자 가문의 상속자로, 자산은 1,340억 달러에 이릅니다. 한 해 사이 늘어난 금액만 약 330억 달러. 1년 만에 30% 가까운 증가폭입니다.
이 증가분의 대부분은 월마트 주가 상승에서 나왔습니다. 새 사업도, 인수도 없었습니다. 보유 지분 가치가 시장에서 다시 측정됐을 뿐입니다. 부의 변동이 더 이상 사업 성과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는 신호입니다.
2위는 로레알 가문의 상속자 프랑수아즈 베탕쿠르 메이예로 1,000억 달러, 3위는 코크 인더스트리 일가의 줄리아 코크로 812억 달러입니다. 1·2·3위 자산만 합쳐도 3,150억 달러가 넘습니다. 4위 아이리스 폰트보나의 526억 달러와 차이가 두 배 이상 벌어진 셈입니다. 상위 3인 안에서도 격차가 다시 갈리는 구조입니다.
10대 여성 부호 자산 한눈에 보기
| 순위 | 이름 | 기업 | 자산 |
|---|---|---|---|
| 1 | 앨리스 월턴 | 월마트 | 1,340억 달러 |
| 2 | 프랑수아즈 베탕쿠르 메이예 | 로레알 | 1,000억 달러 |
| 3 | 줄리아 코크 | 코크 인더스트리 | 812억 달러 |
| 4 | 아이리스 폰트보나 | 룩식 그룹 | 526억 달러 |
| 5 | 재클린 마스 | 마스 | 491억 달러 |
| 6 | 라파엘라 아폰테-디아망 | MSC | 445억 달러 |
| 7 | 사비트리 진달 | 진달 그룹 | 391억 달러 |
| 8 | 미리엄 아델슨 | 샌즈 | 375억 달러 |
| 9 | 아비게일 존슨 | 피델리티 인베스트먼트 | 332억 달러 |
| 10 | 정 수리앙 | 차이나 홍차오 그룹 | 332억 달러 |
상위권의 회사 이름이 대부분 한 번쯤 들어 본 글로벌 브랜드입니다. 월마트, 로레알, 마스, MSC, 피델리티 — 일상에서 마주치는 기업이 그대로 자산 순위로 옮겨 옵니다. 새로운 회사가 끼어들 자리가 좀처럼 보이지 않습니다.
지역별로는 미국 기업가가 5명, 유럽이 2명, 아시아가 2명, 남미가 1명입니다. 인도의 사비트리 진달은 진달 그룹의 철강·에너지 사업, 중국의 정 수리앙 가족은 알루미늄 제조업체 차이나 홍차오 그룹으로 명단에 올라 있습니다. 아시아권은 여전히 전통 제조업이 부의 통로입니다. 미국과 유럽이 소비재·금융·뷰티에서 자산을 키운 것과는 결이 다릅니다. 한쪽은 공장에서, 다른 한쪽은 매장과 통장에서 자산이 자란 셈입니다.
10명 중 9명이 물려받은 자산이라는 사실
이 표에는 또 다른 숫자가 숨어 있습니다. 10대 여성 부호 중 9명이 가족으로부터 자산을 물려받았다는 사실. 자수성가형으로 분류되는 인물은 6위 라파엘라 아폰테-디아망 한 사람뿐입니다. 남편과 함께 해운사 MSC를 직접 세운 공동 창업자입니다.
1,000억 달러 규모의 부를 새로 만드는 일은 그만큼 어렵고, 기존 가문에서 이어받는 길이 훨씬 짧다는 의미입니다. 기술 창업으로 같은 규모를 달성하려면 시간과 시장 변화가 함께 맞아떨어져야 합니다.

기술 산업에서 여성 창업자의 등장이 늘고는 있습니다. 그러나 빅테크에서 1,000억 달러대 자산을 만든 여성 창업자는 아직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상위 10인 명단을 갈아 치우려면 가문 자산을 능가하는 신규 자산이 필요합니다. 그 격차가 아직 크게 벌어져 있습니다.
다음 1년, 순위를 바꿀 힘은 어디서 나올까
내년 명단이 어떻게 바뀔지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한 가지 질문은 던져 볼 만합니다. 자산 순위를 바꾸는 힘이 새로운 사업에서 나올 것인가, 아니면 여전히 어느 가문의 주식이 오르내리느냐에 달려 있을 것인가.
월마트 사례가 그렇듯, 지금 명단의 변동은 가문 자산이 시장에서 어떻게 평가받느냐에 좌우됩니다. 같은 시기에 인공지능, 바이오, 핀테크 영역에서 새로운 자산가가 자라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다음 12개월의 답은 이 두 흐름 중 어느 쪽이 더 빨리 움직이느냐에 달려 있을지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