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 가능한 한류, 책에서 시작하는 K-스토리 코너

K-팝과 K-드라마는 세계 어디서든 통합니다. 다만 이 인기는 히트작 하나에 크게 출렁입니다. 화려하지만 휘발성이 큽니다. 오래가는 한류를 바란다면 흔들리지 않는 뿌리가 필요합니다. 그 뿌리는 책입니다. 모든 K-콘텐츠의 원작이 책에서 나오고, 독자는 책으로 한국의 정서를 스스로 들이마십니다. 그렇다면 해외 독자 곁에 한국 책을 어떻게 놓아야 할까요. K-스토리 코너는 여기에 실현 가능한 답을 내놓습니다.

해외 한국 책 서가, 해외봉사단을 활용하자

해외 한국 책 서가가 새로운 발상은 아닙니다. 국립중앙도서관은 2007년부터 ‘Window on Korea’ 사업으로 세계 곳곳의 도서관에 한국자료실을 세워 왔습니다. 다만 대상이 주로 대학과 국립·공공도서관이라, 청소년이 오가는 생활권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장서도 한국어 원서 비중이 높아, 번역서에 익숙한 현지 독자에겐 문턱이 됩니다. 이 문턱을 낮추는 게 K-스토리 코너의 출발점입니다.

한류는 왜 책으로 돌아가야 할까: K-스토리 코너
한류는 왜 책으로 돌아가야 할까: K-스토리 코너

그 열쇠는 이미 현지에 나가 있는 사람입니다. 개발도상국에 파견되어 대한민국의 ODA(공적개발원조) 사업을 현장에서 직접 수행하는 코이카 해외봉사단원입니다. 1~2년간 현지 학교와 기관에서 일하며 현지어와 신뢰, 수요 감각을 함께 갖춘 인력입니다. 이들이 파견 기관이나 인근 학교에 서가를 만들고 운영자를 겸하면 됩니다. 본부가 후보지를 정해 내려보내는 대신, 봉사단원이 직접 기관을 찾아 신청하는 상향식이라 수요가 분명한 곳에 서가가 섭니다.

서가는 놓고 끝이 아닙니다. 현지어 독서 토론이나 한식·영화 체험 행사를 서가와 엮어 사람을 불러 모읍니다. 학생과 청년, 케이팝 팬클럽을 보조 인력으로 위촉하면 봉사단원 한 명의 손이 여럿으로 늘어납니다.

게다가 이 방식은 이미 현장에서 통했습니다. 2011년 이집트 국립도서관 한국자료실도 코이카 단원이 현지 직원들과 한 달 넘게 준비해 열었습니다. 산발적으로 성공해 온 방식을 하나의 사업으로 묶기만 하면 됩니다. 새로 발명할 것이 없다는 뜻입니다.

서가는 현지에서 사고, 한국은 브랜딩만!

확산의 발목을 잡던 건 비용이었습니다. 기존 방식은 서가와 가구를 한국에서 만들어 해외로 실어 날랐습니다. K-스토리 코너는 이 순서를 뒤집습니다. 서가는 봉사단원이 현지 시장에서 사거나 기관의 남는 가구를 씁니다. 한국 본부는 로고와 전통 문양을 넣은 부착용 프린팅지, 포스터 같은 브랜딩 키트만 국제우편으로 보냅니다. 무거운 가구 대신 가벼운 인쇄물만 오가니 운송비와 제작비가 확 줄어듭니다. 나라마다 가구가 달라도 같은 키트를 붙이면 하나의 코너로 보입니다.

항목기존 거점형 서가K-스토리 코너
공간·인력임차·전담 인력기존 공간·봉사단원 겸임
서가·가구한국 제작·해외 운송현지 조달
브랜딩별도 제작경량 인쇄물 국제우편
1개소당 정부 부담(추정)1억 원 이상300만~1,000만 원

이 구조라면 정부 부담이 개소당 1억 원대에서 수백만 원대로 내려갑니다. 기존 서가 한 곳 값이면 열 곳도 넘게 세웁니다. 도서는 현지어 번역본을 기본으로 채우고, 모자랄 때만 원서를 함께 두어 한국어 학습자에게 원문 대조 기회를 남깁니다. 가벼우니 빠르게 늘고, 저렴하니 오래 버팁니다.

리버스 K-스토리, 주기만 하지 않고 함께 읽는다

K-스토리 코너가 단순한 책 보급을 넘어서는 지점은 방향입니다. 한국에서 현지로 흐르기만 하던 흐름을 양쪽으로 엽니다. 봉사단원이 현지에서 좋은 책을 발굴하면 한국문학번역원과 함께 한국어로 옮겨 국내 도서관에 들입니다. ‘한국이 우리 책을 소개했다’는 현지 반응은 그대로 호감으로 돌아옵니다. 일방 전파라는 인상을 걷어내는 장치가 리버스 K-스토리입니다.

번역 비용도 현지에서 풉니다. 현지 대학 한국학과 학생이 초벌 번역을 맡고, 한국문학번역원 전문가가 온라인으로 감수하는 이중 검토를 둡니다. 학생은 실습 기회와 학점, 소정의 번역료를 얻고, 사업은 외주 단가를 낮춥니다. 차세대 번역가를 기르면서 비용까지 아끼는 셈입니다.

여기에 기업 ESG 예산을 ‘1사 1국’ 방식으로 얹으면 정부 예산에 기대는 폭은 더 좁아집니다. 현지 출판사와도 손을 잡습니다. 현지 주요 출판사와 공동 출판하면 인쇄비를 나누고 유통망까지 빌립니다.

들일 값어치가 있느냐고 묻는다면, 숫자가 답합니다. KDI 분석에서 신규 저작권 한 건은 콘텐츠 기업 매출을 약 12% 끌어올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원작이 팔리면 웹툰과 드라마, 굿즈로 가지를 칩니다. 서가 한 칸이 판권 수출의 씨앗이 되는 구조입니다.

필요한 조각은 이미 다 나와 있습니다. 현지에 파견된 봉사단원, 오래 쌓인 번역원의 역량, 실무에 목마른 한국학과 학생, 활용처를 찾는 기업 ESG 예산까지. 새로 만들 것보다 이어 붙일 것이 많습니다. 남은 질문은 하나입니다. 흔들리는 잎과 꽃에 계속 매달릴 것인가, 아니면 지금 뿌리에 물을 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