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오래 일하는 나라는 어디일까요. 보통 한국이나 일본을 떠올립니다. 그런데 국제노동기구(ILO) 추정치의 답은 다릅니다. 주간 평균 근로시간 1위는 히말라야의 작은 왕국 부탄입니다.
행복지수로 유명한 그 부탄입니다. ILO가 정리한 20개국 데이터를 보면 흥미로운 흐름이 드러납니다. 노동 시간의 길이와 그 나라의 부(富)는 생각만큼 나란히 가지 않습니다.
세계 주간 평균 근로시간 순위 TOP 20
순위는 부탄을 필두로 아랍에미리트, 캄보디아, 인도로 이어집니다. 상위권은 아시아가 빼곡히 채웁니다. 하위권은 서유럽 차지입니다.
| 순위 | 국가 | 주간 평균 근로시간 | |
|---|---|---|---|
| 1 | 부탄 | 54.68시간 | |
| 2 | 아랍에미리트 | 48.28시간 | |
| 3 | 캄보디아 | 46.18시간 | |
| 4 | 인도 | 45.69시간 | |
| 5 | 브루나이 | 44.75시간 | |
| 6 | 싱가포르 | 44.63시간 | |
| 7 | 중국 | 44.60시간 | |
| 8 | 말레이시아 | 44.52시간 | |
| 9 | 홍콩 | 42.99시간 | |
| 10 | 태국 | 42.15시간 | |
| 11 | 베트남 | 41.74시간 | |
| 12 | 필리핀 | 39.76시간 | |
| 13 | 대만 | 38.90시간 | |
| 14 | 인도네시아 | 37.63시간 | |
| 15 | 대한민국 | 37.29시간 | |
| 16 | 미국 | 36.27시간 | |
| 17 | 뉴질랜드 | 33.48시간 | |
| 18 | 호주 | 31.29시간 | |
| 19 | 프랑스 | 30.88시간 | |
| 20 | 네덜란드 | 26.57시간 | |
| 자료: 국제노동기구(ILO) 추정치 | |||
ILO 추정 기준 주간 평균 근로시간이 가장 많은 나라는 부탄(54.68시간)이고, 가장 적은 나라는 네덜란드(26.57시간)입니다.
부탄이 노동 시간 1위에 오른 사정
부탄의 54.68시간은 2위 아랍에미리트와도 6시간 넘게 벌어진 수치입니다. 행복한 나라라는 이미지와는 잘 맞지 않습니다. 답은 산업 구조에 있습니다. 부탄 경제는 기계화가 더딘 전통 농업과 가내수공업 비중이 큽니다. 같은 양을 생산하려면 사람 손과 시간을 더 들여야 합니다. 노동 강도는 높지만 시간당 성과는 낮은 셈입니다.
아랍에미리트의 2위(48.28시간)도 사정이 비슷합니다. 원인은 이주 노동자입니다. 인구의 다수를 차지하는 이들이 대규모 건설 현장에서 긴 시간 일합니다. 캄보디아·인도·중국은 글로벌 제조업 기지여서 노동 집약적 업종 비중이 큽니다. 중국에서는 ‘IT 업계 996 근무'(오전 9시~오후 9시, 주 6일) 관행도 평균을 끌어올린 요인으로 꼽힙니다.

긴 노동 시간이 아시아에 몰린 이유
상위 12위까지를 보면 거의 모두 아시아 국가입니다. 우연이 아닙니다. 급격한 도시화와 산업 고도화가 동시에 진행 중인 지역이기 때문입니다. 싱가포르와 홍콩이 특히 눈에 띕니다. 두 곳 모두 1인당 소득이 높은 선진 금융 도시국가입니다. 그런데도 주 42~44시간대로, 서유럽보다 한참 깁니다. 치열한 경쟁 문화와 금융·서비스업의 야근 관행이 겹친 결과입니다.
한국은 어디쯤일까요. 37.29시간으로 15위에 있습니다. 주 6일제와 고도성장기를 거치며 세계 최장 수준이던 노동 시간은 주 52시간제 도입 이후 크게 내려왔습니다. 그래도 OECD 평균과 견주면 여전히 윗줄에 속합니다.
오래 일할수록 잘 산다는 공식은 깨져
데이터에는 분명한 메시지가 있습니다. 노동 시간의 길이는 소득이나 생산성과 오히려 반대로 움직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네덜란드가 그 증거입니다. 주 26.57시간으로 가장 짧게 일하지만 1인당 소득은 세계 최상위권입니다.
비결은 시간당 생산성입니다. 금융, 정밀 의학, 원천 기술처럼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을 갖춘 나라는 1시간을 일해도 만들어 내는 가치가 큽니다. 단순 농업이나 임가공에 의존하는 나라는 한 단위를 더 생산하려고 노동 시간을 물리적으로 늘릴 수밖에 없습니다.
사람의 집중력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주 40시간을 넘어서면 추가 1시간이 만드는 성과는 빠르게 줄어듭니다. 만성 피로는 불량률과 산업재해로 이어집니다. 그 비용은 작지 않습니다. 네덜란드가 파트타임 비율 약 50%로도 경제를 굴리는 배경입니다.
노동 시간이 짧다고 무조건 좋은 나라는 아닙니다. 답은 그리 단순하지 않습니다. 짧은 시간이 높은 삶의 질로 이어지려면 산업 고도화와 시간당 생산성이 함께 받쳐 줘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