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외국인 여행자가 가장 많이 실종되는 나라를 묻는 질문에, 숫자로 답할 수 있는 국제기구는 없습니다. 유엔세계관광기구(UNWTO)는 국가별 입국자 수를 집계하지만 그중 몇 명이 돌아오지 못했는지는 세지 않습니다. 인터폴은 개별 실종 수배를 회원국에 전파할 뿐 목적지별 집계를 공개하지 않습니다.
외국인 여행자가 가장 많이 실종되는 나라
해외 여행자 실종을 다룬 순위표가 돌아다녀도 출처를 따라가면 대개 한두 나라의 영사 기록이나 사건 보도로 좁혀집니다. 결국 확인 가능한 수치는 각국 외교당국이 남긴 기록 정도입니다. 한국은 국회에 제출된 자료로 국가별 수치가 공개돼 있어, 여행자가 사라지는 경로를 비교적 구체적으로 따라갈 수 있는 편입니다. (관련글: 세계에서 실종자가 가장 많은 나라는 어디일까?)
세계 어디에도 없는 실종 순위표
영국은 이 공백을 스스로 확인한 나라입니다. 영국 외무부(FCO) 자료를 분석한 연구는 2009년부터 2014년까지 해외에서 실종 신고된 영국인이 연평균 600명 안팎이었다고 밝히면서, 외무부와 국가범죄청(NCA) 어느 쪽도 국제 실종 사건을 따로 집계하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몇 명이 어느 나라에서 사라졌는지 정부가 답하지 못한다는 뜻입니다.
미국도 비슷합니다. 국무부는 실종 미국인의 소재 확인을 돕지만 프라이버시법 때문에 개인 정보를 공개하지 못하고, 국가별 실종자 명부도 내놓지 않습니다. 남는 것은 사후 통계뿐입니다. 2002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해외에서 피살된 미국인 1,600여 명 중 648명이 멕시코에서 나왔다는 통신사 분석이 대표적인데, 10년도 더 지난 수치라 오늘의 위험도를 그대로 말해 주지는 않습니다.
집계가 어려운 이유는 분류 방식에 있습니다. 실종은 잠정 상태로 기록됩니다. 며칠 뒤 연락이 닿으면 그 건은 통계에서 빠지고, 사망이 확인되면 사망 항목으로 옮겨집니다. 끝까지 실종으로 남는 사건만 세려면 몇 년을 기다려야 하는데, 그사이 담당 공관과 담당자는 여러 번 바뀝니다.
미종결 41명, 필리핀이 최다
한국 자료는 그 공백을 메워 주는 드문 사례입니다. 2023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제출된 외교부 자료를 보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해외에서 실종 신고된 한국인 41명이 소재가 확인되지 않은 채 미종결 상태로 남았습니다.
| 순위 | 국가 | 미종결 실종 인원 |
|---|---|---|
| 1 | 필리핀 | 11명 |
| 2 | 캄보디아 | 8명 |
| 3 | 베트남 | 5명 |
| 3 | 중국 | 5명 |
| 5 | 일본 | 4명 |
| 6 | 호주 | 3명 |
| 7 | 영국 | 2명 |
| 자료: 외교부(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제출), 2018~2022년 누계 | ||
미종결 실종이 가장 많이 쌓인 나라는 필리핀이고, 상위 네 나라가 모두 아시아에 몰려 있습니다.
지역 편중은 최근 자료에서 더 뚜렷해졌습니다. 2025년 공개된 2020~2024년 통계에서 미종결 인원은 5년간 52명이었고, 그중 47명이 아시아태평양에서 발생했습니다. 미주와 유럽은 각각 3명, 2명에 그쳤습니다. 연도별로 보면 2020년 2명, 2021년 6명, 2022년 3명에 머물다가 2023년 18명, 2024년 23명으로 뛰었습니다.
신고 단계의 규모는 훨씬 큽니다. 2023년 해외에서 사건·사고를 겪은 한국인 1만 5,769명 가운데 실종 의심은 714건(4.5%), 납치·감금은 98건(0.6%)이었습니다. 700건 넘는 신고가 최종적으로 20명대의 미종결로 좁혀지는 구조인 셈입니다.

사라지는 쪽은 취업 이동자
실종이라는 말은 배낭여행 중 산에서 길을 잃는 장면을 떠올리게 합니다. 그런데 상위권에 오른 필리핀, 캄보디아, 베트남은 모두 한국인의 장기 체류와 취업 이동이 많은 나라입니다.
캄보디아 숫자가 이 점을 드러냅니다. 2025년 10월 한국일보 보도를 보면, 캄보디아로 나간 한국인과 돌아온 한국인의 차이는 2021년 113명에 그쳤다가 2022년 3,209명으로 급증한 뒤, 2023년 2,662명과 2024년 3,248명으로 연간 수천 명 수준을 이어갔습니다. 모두가 실종자는 아닙니다. 다만 연간 수천 명 규모의 미복귀자가 통계상 추적되지 않는 상태로 남는다는 사실은 분명합니다.
한국 집계와 현지 집계도 어긋납니다. 캄보디아 이민청이 파악한 한국인 입국자는 2023년 17만여 명, 2024년 19만여 명으로 한국 통계의 두 배에 가까웠습니다. 인접국을 거쳐 들어간 사람이 한국 출국 통계에서 캄보디아행으로 잡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정부가 2025년 시아누크빌과 바벳 등지에 특별여행주의보를 내리고 프놈펜 일대의 여행경보를 2단계로 올린 배경도 여기에 닿아 있습니다.
왜 해마다 숫자가 달라질까
같은 기관이 낸 수치가 해마다 달라진다는 점은 짚어야 합니다. 2023년 보도를 보면, 외교부가 제출한 ‘실종 후 사망’ 인원은 자료 제출 시점에 따라 값이 달라졌습니다. 2018년은 13명에서 2명으로, 2019년은 8명에서 4명으로, 2020년은 11명에서 7명으로 각각 줄었습니다.
외교부는 각 공관이 영사민원시스템에 입력하면서 분류를 잘못 기재해 누락이 생겼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미 사망이 확인된 건수는 시간이 지나도 줄어들 수 없는 값입니다. 숫자가 내려갔다면 원자료 관리에 구멍이 있었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집계 주체가 흔들리면 국가 간 비교도 함께 흔들립니다. 실종자가 실제로 적은 나라와, 실종을 기록할 체계가 없는 나라가 통계에서는 똑같이 낮은 숫자로 나타납니다. 치안이 무너진 지역일수록 신고 자체가 접수되지 않아 순위에서 오히려 아래에 놓입니다.
분모 없는 위험 순위
필리핀과 베트남은 한국인 방문객과 장기 체류자가 나란히 많은 나라입니다. 연간 수백만 명이 오가는 일본은 미종결 건수가 4명에 그쳤습니다. 순위표에 오른 절대 인원은 그 나라를 찾은 사람의 수와 함께 읽어야 하는 숫자입니다.
분모를 넣으면 순서가 달라집니다. 방문객 규모가 작은 나라에서 나온 몇 건이 방문객이 훨씬 많은 나라의 수십 건보다 높은 밀도를 만들기 때문입니다. 다만 각국 방문자 수와 실종 집계는 기준 연도와 집계 방식이 서로 달라, 정확한 환산값을 내기는 어렵습니다.
여행자에게 실질적으로 의미 있는 구분은 국가 이름보다 상황에 있습니다. 정해진 일정으로 관광지를 도는 이동과, 현지에서 일자리 제안을 받아 주소 없는 숙소로 옮겨 가는 이동은 위험의 성격이 완전히 다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