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전기차, 반도체. 이 제품들은 한 가지 광물군 없이는 완성되지 않습니다. 바로 희토류입니다. 세계통합무역솔루션(WITS)이 공개한 2024년 자료를 보면, 중국이 한 해 동안 내보낸 희토류 화합물은 약 3억 7,700만 달러 규모였습니다. 그 돈이 어느 나라로 흘러갔는지 따라가면 첨단 산업의 지도가 그대로 드러납니다.
중국 희토류 수입국 순
수출의 절반 이상이 일본과 미국으로
중국의 희토류 수출 대상국은 한쪽으로 뚜렷하게 쏠려 있습니다. 상위 일곱 나라가 전체의 88퍼센트 안팎을 가져갔고, 나머지가 여러 나라로 잘게 나뉩니다.
| 순위 | 국가 | 수출액 | 비중 |
|---|---|---|---|
| 1 | 일본 | 1억 3,420만 달러 | 35.6% |
| 2 | 미국 | 1억 450만 달러 | 27.7% |
| 3 | 베트남 | 2,670만 달러 | 7.1% |
| 4 | 대한민국 | 2,630만 달러 | 7.0% |
| 5 | 네덜란드 | 2,080만 달러 | 5.5% |
| 6 | 독일 | 1,280만 달러 | 3.4% |
| 7 | 러시아 | 870만 달러 | 2.3% |
| — | 기타 | 4,300만 달러 | 11.4% |
| 자료: WITS · 2024년 중국 희토류 화합물(유기·무기) 수출액 기준 / 기타: 터키·필리핀·인도 등 | |||
2024년 중국이 수출한 희토류 화합물 가운데 일본이 35.6%, 미국이 27.7%를 차지했고, 두 나라의 합산 비중은 63.3%에 이릅니다.
두 나라 모두 중국과 무역·안보에서 부딪치는 상대입니다. 갈등이 깊은데도 핵심 소재 거래만큼은 끊기지 않은 셈입니다. 첨단 제품을 계속 만들려면 다른 선택지가 마땅치 않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 나라들이 희토류를 사들이는 이유
어느 나라가 얼마나 사들이는지를 보면, 그 나라 산업의 중심이 어디인지 짐작이 갑니다. 일본은 전기차 모터와 풍력 발전기의 핵심 부품인 네오디뮴 영구자석 제조에서 앞서 있습니다. 자석 한 덩어리에 네오디뮴, 디스프로슘, 테르븀 같은 희토류가 들어갑니다. 미국은 사정이 조금 다릅니다. F-35 스텔스 전투기 한 대에 약 417kg의 희토류가 쓰이고, 이지스함과 정밀 유도무기도 같은 소재에 기댑니다. 광산을 캘 기술은 있지만, 정제 단계에서는 중국산 화합물에 의존하는 처지입니다.
한국과 베트남은 제조 기지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한국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앞세운 반도체 강국입니다. 희토류는 반도체 웨이퍼를 평탄하게 다듬는 연마제나 디스플레이 형광체로 쓰입니다. 베트남은 ‘차이나 플러스 원’ 흐름을 타고 글로벌 제조 공장을 빠르게 끌어모았습니다. 자체 매장량도 세계 2위 수준이라, 중국산 화합물을 들여와 정제 기술을 키우는 과도기에 있습니다.
유럽 쪽도 이유가 분명합니다. 네덜란드에는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독점 공급하는 ASML이 있습니다. 고순도 희토류는 이런 정밀 광학·레이저 장비에 빠지지 않습니다. 독일은 전통의 자동차 강국이고, 전동화 전환이 빨라지면서 모터용 자석 수요가 늘었습니다.
캐는 곳은 여럿, 정제하는 곳은 중국 하나
의존의 진짜 무게는 광산에 있지 않습니다. 공장에 있습니다.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매장량의 약 34%를 차지합니다. 그런데 정제·가공 단계로 넘어가면 점유율이 70~90%까지 치솟습니다. 광석에서 쓸 만한 소재를 뽑아내는 공정은 환경 부담이 큽니다. 그 부담을 오래 떠안아 온 쪽이 중국입니다.
최근 중국 정부는 희토류를 국가 전략 자원으로 못 박았습니다. 수출 통제를 강화했고, 정제 기술 자체의 해외 이전도 막았습니다. 자원을 협상 카드로 쓰겠다는 신호입니다. 화합물 한 봉지가 외교 지렛대로 바뀐 셈입니다. 미국과 일본, 유럽이 가장 불안하게 보는 대목이 여기입니다.
서방이 공급망을 다시 짜는 방법
서방은 ‘디리스킹’, 곧 위험 분산에 나섰습니다. 미국은 캘리포니아 마운틴패스 광산의 생산을 늘리고, 호주 라이너스 같은 비중국계 정제 기업과 손을 잡았습니다. 베트남과 호주, 캐나다처럼 매장량이 넉넉한 우방과는 공급망 동맹을 넓히는 중입니다.
기술 쪽 시도도 함께 갑니다. 폐전기차 모터에서 희토류를 다시 뽑아내는 재활용 기술이 한 축입니다. 희토류를 아예 적게 쓰거나 안 쓰는 ‘노-레어어스 모터’ 개발도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다만 정제 격차는 광산 몇 곳으로 단숨에 좁혀지지 않습니다.
희토류 수출 통계는 무역 장부의 한 줄로 끝나지 않습니다. 누가 첨단 제조의 열쇠를 쥐고 있는지 보여주는 좌표에 가깝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