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은 값이 출렁일 때마다 사람들이 마지막으로 기대는 자산입니다. 그 금이 정작 어디서 나오는지는 좁은 곳에 답이 몰려 있습니다. 세계 최대 금광 열 곳이 한 해 공급의 큰 몫을 캡니다.
이 순위는 2024년 생산 실적을 기준으로 합니다. 그런데 순위표 한 장에는 함정이 숨어 있습니다. 어떤 광산은 이듬해 조업을 멈췄고, 어떤 회사는 이름 자체가 바뀌었습니다. 숫자는 찍힌 그 순간의 사진일 뿐입니다. 열 곳을 위에서부터 훑어봅니다.
세계 최대 금광, 선두의 0.6톤 접전
1위와 2위의 격차는 0.6톤이었습니다. 미국 네바다 금광(Nevada Gold Mines)이 83.9톤, 우즈베키스탄 무룬타우(Muruntau)가 83.3톤을 생산했습니다. 두 광산의 성격은 딴판입니다. 네바다는 배릭 골드(Barrick Gold)와 뉴몬트(Newmont)가 2019년 세운 합작법인이 여러 광구를 묶어 운영합니다. 무룬타우는 국영 나보이 광업제련(NMMC)이 사막 한복판 단일 노천광에서 파냅니다. 깊이가 600미터를 넘습니다.
3위 그라스버그(Grasberg)는 인도네시아 파푸아 고산지대에 있습니다. 구리가 본업입니다. 금은 구리를 캐고 제련하는 과정에서 딸려 나오는 부산물입니다. 프리포트 맥모란(Freeport-McMoRan)과 인도네시아 정부가 지분을 나눠 갖습니다. 채굴은 노천에서 지하 블록 케이빙 공법으로 옮겨 갔습니다.
| 순위 | 금광 | 국가 | 생산량(톤) |
|---|---|---|---|
| 1 | 네바다 금광 | 미국 | 83.9 |
| 2 | 무룬타우 | 우즈베키스탄 | 83.3 |
| 3 | 그라스버그 | 인도네시아 | 57.9 |
| 4 | 올림피아다(Olimpiada) | 러시아 | 44.8 |
| 5 | 알말릭 복합단지(Almalyk Complex) | 우즈베키스탄 | 34.6 |
| 6 | 바투 히조(Batu Hijau) | 인도네시아 | 31.4 |
| 7 | 카즈징크(Kazzinc) | 카자흐스탄 | 31.1 |
| 8 | 아하포(Ahafo) | 가나 | 24.8 |
| 9 | 룰로-구운코토(Loulo-Gounkoto) | 말리 | 21.6 |
| 10 | 키발리(Kibali) | 콩고민주공화국 | 21.4 |
| 자료: S&P 글로벌 마켓 인텔리전스(S&P Global Market Intelligence)·마이닝닷컴(Mining.com) 집계, 2024년 생산 기준 | |||
연산 50톤을 넘긴 광산은 상위 세 곳뿐이고, 나머지 일곱 곳은 20~40톤대에 몰려 있습니다.
중앙아시아·인니의 조용한 약진
4위부터 7위까지는 러시아와 중앙아시아, 동남아시아가 채웁니다. 4위 올림피아다는 시베리아에 있고, 러시아 최대 금 채굴 기업 폴리우스(Polyus)가 캡니다. 정제가 까다로운 광석이 많지만 습식 제련 기술로 회수율을 지킵니다. 5위 알말릭 복합단지는 우즈베키스탄의 두 번째 거점입니다. 무룬타우와 합치면 이 두 광산만으로 117톤이 넘습니다.
6위 바투 히조와 7위 카즈징크도 결이 같습니다. 인도네시아 암만 미네랄(Amman Mineral)의 바투 히조는 구리-금 광상이고, 카자흐스탄 카즈징크는 글렌코어(Glencore)가 대주주인 아연·납·구리 복합체입니다. 바투 히조는 노천광 확장 단계에 들어서며 최근 생산이 빠르게 늘었습니다. 금은 곁다리입니다. 5위부터 7위는 사실상 구리·아연 광산들의 명단인 셈입니다.

아프리카를 쥔 두 회사
8위부터 10위는 모두 아프리카입니다. 운영 주체가 겹칩니다. 8위 가나 아하포는 뉴몬트가 단독으로 운영합니다. 9위 말리 룰로-구운코토와 10위 콩고민주공화국 키발리는 배릭의 손을 거칩니다. 1위 네바다까지 더하면, 배릭과 뉴몬트 두 회사가 순위표 곳곳에 이름을 올립니다.
룰로-구운코토는 순위표만 보면 평범한 9위입니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2024년 실적을 낸 직후인 2025년 1월, 이 광산은 조업을 멈췄습니다. 말리 군정이 새 광업법으로 세금과 지분을 더 걷으려 하면서 갈등이 커졌기 때문입니다. 6월에는 법원이 광산을 국가 잠정관리로 넘겼고, 배릭은 금 3톤을 압류당했습니다. 양측은 2025년 11월에야 분쟁을 매듭지었습니다. 정상 가동까지는 반년에서 1년이 더 걸릴 전망입니다.
그사이 회사 이름도 바뀌었습니다. 배릭 골드는 2025년 5월 배릭 마이닝(Barrick Mining)으로 사명을 고쳤습니다. 금뿐 아니라 구리까지 사업의 축으로 삼겠다는 신호입니다.
10위 키발리는 배릭과 앵글로골드 아샨티(AngloGold Ashanti)가 지분을 절반씩 갖습니다. 남은 몫은 콩고 정부가 쥡니다. 이곳은 전력난을 자체 수력 발전으로 풀었고, 최근에는 태양광 설비까지 짓고 있습니다. 아프리카 광산의 고질적인 전력 문제를 재생에너지로 메운 사례입니다.
금 생산 1위 중국이 순위에 없어
여기서 한 가지가 눈에 걸립니다. 정작 세계 금 생산 1위 국가가 이 명단에 없습니다. 2024년 중국은 380톤을 채굴해 나라별 생산량 1위였습니다. 그런데 상위 10대 광산에는 중국 광산이 한 곳도 오르지 못했습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중국의 금은 거대 광산 몇 곳이 아니라, 작은 광산 수백 곳에 흩어져 나오기 때문입니다.
이 순위가 재는 것은 ‘나라’가 아니라 ‘광산 한 곳의 덩치’입니다. 잣대도 고르지 않습니다. 1위 네바다는 광산 스무 곳 넘게 묶은 복합단지이고, 무룬타우는 진짜 단일 광산입니다. 덩어리와 낱개를 같은 표에 세운 셈입니다. 게다가 상위 열 곳 가운데 넷은 구리나 아연이 주력이라, 금값이 아니라 구리 수요가 이 순위를 흔들기도 합니다.
그 금은 안정된 땅에서 왔을까
세계 최대 금광 순위는 결국 ‘누가, 어떤 조건에서 캐내나’를 보여줍니다. 이 차이는 한국 독자에게도 남 일이 아닙니다. 금은 위기 때 값이 오르는 안전자산입니다. 그런데 그 공급은 제재받는 러시아, 군정이 들어선 말리, 전력이 불안한 콩고에 쏠려 있습니다. 안전을 사려는 돈이, 정작 가장 불안정한 산지의 금으로 향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