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는 그 나라가 어디로 가고 싶어 하는지를 드러냅니다. 도시 하나를 버리고 다른 곳에 행정의 중심을 새로 세우는 일은 건물 몇 채를 옮기는 문제가 아닙니다. 지난 300여 년간 수도를 옮긴 나라는 19곳입니다. 옮긴 이유는 나라마다 달랐습니다.
수도를 이전한 19개국 사례와 옮긴 이유
해안을 떠나 내륙으로 향한 까닭
러시아의 수도는 두 번 바뀌었습니다. 표트르 대제는 1712년 서구화를 노리고 늪지대에 상트페테르부르크를 세웠습니다. 1918년 볼셰비키 정권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해안은 침공에 약했습니다. 내륙의 모스크바로 수도를 되돌린 이유입니다.
브라질도 비슷한 고민을 했습니다. 인구가 리우데자네이루 같은 해안에 몰려 있었습니다. 1960년 정부는 내륙 고원에 브라질리아라는 인공 도시를 새로 지었습니다. 사람과 자원을 안쪽으로 끌어들이려는 계획이었습니다. 카자흐스탄이 1997년 남쪽 알마티에서 북부 아스타나로 옮긴 것도 넓은 영토의 한가운데를 직접 통제하려는 선택이었습니다. 파키스탄은 인도 접경에 가깝고 해안에 치우친 카라치 대신, 1960년대에 계획 도시 이슬라마바드를 세웠습니다.
| 국가 | 이전 전 수도 | 현재 수도 |
|---|---|---|
| 러시아 | 상트페테르부르크 | 모스크바 |
| 일본 | 교토 | 도쿄 |
| 나이지리아 | 라고스 | 아부자 |
| 인도 | 캘커타 | 뉴델리 |
| 노르웨이 | 베르겐 | 오슬로 |
| 독일 | 본 | 베를린 |
| 이란 | 이스파한 | 테헤란 |
| 터키 | 이스탄불 | 앙카라 |
| 미국 | 필라델피아 | 워싱턴 D.C. |
| 호주 | 멜버른 | 캔버라 |
| 미얀마 | 양곤 | 네피도 |
| 파키스탄 | 카라치 | 이슬라마바드 |
| 브라질 | 리우데자네이루 | 브라질리아 |
| 카자흐스탄 | 알마티 | 아스타나 |
| 탄자니아 | 다르에스살람 | 도도마 |
| 코트디부아르 | 아비장 | 야무수크로 |
| 몬테네그로 | 체티네 | 포드고리차 |
| 가나 | 케이프코스트 | 아크라 |
| 필리핀 | 케손시티 | 마닐라 |
옛 체제의 흔적을 지우려 한 선택
일본도 비슷한 길을 걸었습니다. 수백 년간 천황이 머문 교토는 전통과 고립의 도시였습니다. 1868년 메이지 유신을 거치며 일본은 경제 중심지인 에도로 수도를 옮기고 이름을 도쿄로 바꿨습니다. 근대 국가로 가겠다는 선언이었습니다.
영국은 식민지 시절 항구 도시 캘커타에서 인도의 세금을 관리했습니다. 반영 운동이 거세지자 1911년 통치가 수월한 델리로 중심을 옮겼습니다. 독립 후 인도는 델리를 키워 오늘의 뉴델리로 만들었습니다. 터키는 오스만 제국의 상징인 이스탄불 대신 내륙의 앙카라를 택했습니다. 제국의 그림자를 지우고 공화국의 기틀을 세우려는 결정이었습니다.
독일의 사정은 조금 다릅니다. 서독의 임시 수도 본은 조용한 소도시였습니다. 1990년 통일 이후 독일은 분단의 상징이던 베를린으로 수도를 되돌렸습니다. 같은 도시가 분단의 기억이자 통합의 출발점이 됐습니다.
갈등을 피해 중립 지대를 고른 경우
호주의 두 대도시 시드니와 멜버른은 수도 자리를 놓고 오래 다퉜습니다. 결론은 타협이었습니다. 두 도시 사이 빈 땅에 캔버라라는 새 수도를 세웠습니다. 나이지리아의 선택도 결이 비슷합니다. 최대 도시 라고스는 인구 과밀에 특정 부족으로 권력이 쏠린다는 문제를 안고 있었습니다. 1991년 정부는 종교·부족 갈등에서 중립적인 아부자로 중심을 옮겼습니다. 미국이 남부와 북부의 긴장 속에서 어느 주에도 속하지 않는 워싱턴 D.C.를 따로 만든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수도 이전이 남기는 과제
수도 이전이 늘 매끄럽게 끝나지는 않습니다. 미얀마 군사 정부는 2005년 보안과 통제력을 이유로 정글 지역 네피도로 갑작스럽게 수도를 옮겼습니다. 새 도시는 한동안 텅 빈 도로와 부족한 기반 시설로 비판을 받았습니다. 끝이 아니었습니다. 막대한 건설 비용, 옮겨 갈 사람들의 생활 기반, 원주민과의 마찰. 새 수도가 풀어야 할 숙제는 적지 않습니다.
지금도 인도네시아는 자카르타에서 누산타라로 수도를 옮기고 있습니다. 수도 이전은 끝난 역사가 아닙니다. 진행 중인 선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