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왜 더 이상 흰 우유를 마시지 않을까?

냉장고를 열었을 때 흰 우유가 없는 집이 늘었습니다. 낙농진흥회 집계로 2025년 1인당 흰 우유 소비량은 22.9㎏이었고, 전년 25.3㎏에서 한 해 만에 9.5%가 빠지며 통계가 본격적으로 잡힌 1980년대 후반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남겼습니다. 감소 자체는 새롭지 않습니다.

새로운 것은 속도입니다. 2021년 26.6㎏에서 2024년 25.3㎏까지는 해마다 0.5㎏ 안팎씩 완만하게 내려왔는데, 마지막 한 해에만 2.4㎏이 사라지며 기울기가 갑자기 꺾였습니다. 흰 우유 소비 감소를 저출생 하나로 설명하기 어려워지는 대목이 여기입니다.

한 해 만에 9.5% 빠진 소비량

1997년 31.5㎏이 아직까지 정점입니다. 그 뒤로 갱신은 없었습니다. 학교 우유 급식이 자리 잡고 냉장 유통망이 전국에 깔리던 무렵이라, 아이를 키우는 집에서 우유는 주 단위로 사들이던 품목이었고 급식과 가정 소비가 함께 늘던 몇 해가 겹쳤습니다.

연도1인당 연간 흰 우유 소비량(㎏)비고
1997년31.5역대 최고
2021년26.6완만한 감소 구간
2023년25.9—
2024년25.3—
2025년22.9역대 최저, 1997년 대비 27.3% 감소
자료: 낙농진흥회, 2026년 3월 발표 기준

2025년 흰 우유 소비량은 1997년 정점의 약 73% 수준으로 내려왔습니다.

눈에 띄는 대목은 마지막 한 칸입니다. 2021년부터 2024년까지 네 해에 걸쳐 줄어든 양이 1.3㎏인데, 2025년 한 해에만 2.4㎏이 빠지면서 앞선 네 해를 합친 것보다 큰 폭으로 내려앉았습니다. 속도가 달라졌습니다.

흰 우유 소비가 줄고 있다
흰 우유 소비가 줄어들고 있다, 사진: 서울우유

아이가 줄면 우유 소비도 줄어

흰 우유를 가장 많이 마시는 연령대는 어린이와 청소년입니다. 학령인구가 줄면 이 시장은 마케팅과 무관하게 작아지고, 국산 원유의 안정적인 출구 노릇을 해 온 학교 우유 급식 물량도 학생 수를 따라 함께 내려앉습니다. 인구가 먼저입니다.

급식률 곡선은 조금 다르게 생겼습니다. 2014년 53.2%로 정점을 찍고 2019년 50.3%까지 완만하게 내려오다가 코로나19 시기에 28.1%로 급락했고, 2023년 33.9%로 되올라왔다가 2024년 다시 30.9%로 주저앉았습니다. 선이 여러 번 꺾였습니다.

급식률이 반등한 2023년에도 1인당 소비량은 계속 줄었습니다. 학교에서 마시는 우유와 집에서 사 오는 우유가 서로 다른 흐름으로 움직인다는 뜻이고, 인구 감소는 하락의 바닥을 깔아주지만 2025년의 낙차까지 떠받치지는 못합니다. 설명이 하나 더 필요합니다.

1,900원과 3,000원의 거리

대형마트 매대에서 폴란드산 멸균우유 1L는 1,900원대에 놓여 있고, 같은 용량의 국산 신선 우유는 3,000원 안팎이라 두 제품 사이에 1,100원가량의 간격이 붙습니다. 장바구니에서 이 차이는 매번 계산됩니다. 유통기한도 다릅니다.

수입 멸균우유는 2020년 1만1,413톤에서 2025년 5만1천 톤으로 늘었습니다. 다섯 해 만에 네 배가 넘습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집계로 2025년 수입량은 역대 최대였는데, 이 가운데 90% 이상이 폴란드산이고 나머지를 독일과 프랑스가 나눠 가졌습니다. 폴란드가 압도적입니다.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미국산 유제품 관세는 2026년 1월 1일에, 유럽연합(EU)산은 같은 해 7월 1일에 0%가 됐습니다. 그런데 무관세 첫해 미국산 멸균유의 국내 수입량은 2025년 0.8톤에 이어 2026년 2월 누적 0.1톤에 그치며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습니다. 미국은 변수가 아니었습니다. 실제 시험대는 폴란드산이 무관세로 들어오기 시작한 2026년 7월 이후입니다.

카페와 베이커리는 이 가격표를 먼저 읽습니다. 상온에 두고 팔 수 있으며 유통기한이 길고 단가까지 낮은 원료라면, 라떼 한 잔의 원가에서 우유가 차지하는 몫을 떠올릴 때 교체할 이유가 분명해집니다.

흰 우유 소비 감소는 반쪽 설명

소비자가 유제품에서 멀어졌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우유와 발효유, 치즈를 모두 더한 2025년 국내 유제품 소비량은 425만 톤으로 전년 389만 톤보다 늘었고, 치즈나 버터처럼 가공된 쪽은 수요가 유지되거나 오히려 커졌습니다. 흰 우유만 빠졌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 증가를 추세로 읽지 말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2023년 할당관세로 수입 물량이 앞당겨 들어오면서 2024년 수치가 낮게 잡혔고, 그 기저 효과가 2025년 증가폭을 실제보다 크게 부풀렸다는 설명입니다. 착시가 섞였다는 뜻입니다.

낙농가 쪽 해석은 또 다릅니다. 낙농육우협회 집계로 2025년 유업체가 사들인 음용유용 원유는 농가가 보유한 쿼터의 81.2%에 그쳐 제도가 보장한다던 88.5% 수준을 밑돌았습니다. 같은 단체는 2010년과 견줘 국내 원유 생산량이 5.9% 줄어드는 동안 유제품 수입량은 114% 늘었다는 수치도 내놓았습니다.

두 설명이 겹치는 대목이 있습니다. 소비자가 흰 우유를 덜 사는 흐름과 유업체가 원료를 수입 멸균유로 바꾸는 흐름은 다른 통계에 잡히지만 매대와 카페에서는 같은 결과로 이어집니다.

우유 회사는 왜 우유를 덜 팔까

유업 3사의 손익계산서가 먼저 답합니다. 매일유업은 2025년 연결 매출 1조8,435억 원 가운데 성인 영양식 셀렉스와 식물성 음료가 묶인 기타 부문 비중이 40.45%였는데, 2021년 16.4%에서 네 해 만에 두 배 넘게 올라온 수치입니다. 2026년 1분기에는 41.1%입니다. 본업이 옮겨 갔습니다.

남양유업은 사업 무게중심을 단백질과 외식으로 옮겼습니다. 단백질 브랜드 테이크핏의 2026년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72% 늘었고, 2025년 1월 별도 법인으로 떼어낸 디저트 카페 백미당도 같은 분기에 매출 76억 원과 첫 흑자를 함께 기록했습니다. 5년 적자를 끊은 분기입니다.

서울우유는 프리미엄과 기업 거래를 함께 잡았습니다. 소화가 편하다고 알려진 A2 단백질만 담은 원유로 마시는 우유 전 제품을 바꾸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는데, 목표 시점은 2029년과 2030년 두 갈래로 발표돼 아직 하나로 정리되지 않았습니다. 그릭요거트와 디저트 원료 공급도 늘리는 중입니다. 방향은 분명합니다.

소비자 입장에서 걸리는 대목은 값입니다. 소비가 이만큼 줄었는데도 흰 우유 값이 버티는 까닭은, 국산 원유 가격이 농가 생산비를 반영해 정해지고 용도별 물량이 미리 배분되는 구조라 판매가 줄어도 원유 단가가 곧바로 따라 내려가지 않아서입니다. 낙농가 단체 집계로는 2025년 생산비가 음용유용 원유가격을 넘어섰습니다.

냉장고에서 흰 우유가 빠진 자리에는 다른 것이 들어와 있습니다. 오트 음료일 수도, 단백질 셰이크일 수도, 편의점에서 집어 온 그릭요거트일 수도 있는데, 그 대체품이 국산 원유로 만들어졌는지까지 확인하고 사는 경우는 드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