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자산가의 돈이 어디로 흐르는지 보려면 프라임 주택 순위표만큼 선명한 자료가 드뭅니다. 2025년 글로벌 초고가 주택 시장에서 도쿄(Tokyo)가 한 해 58.5% 올랐습니다. 2위 두바이(Dubai)의 25.1%보다 두 배 넘게 높은 상승률입니다. 숫자만 보면 아시아가 판을 뒤집은 듯 읽힙니다.
글로벌 초고가 주택 시장
영국 글로벌 부동산 전문 컨설팅 그룹 나이트 프랭크(Knight Frank)의 프라임 국제 주거 지수(PIRI 100)에서 100개 시장의 평균 상승률은 3.2%에 그쳤습니다. 같은 아시아 안에서도 어떤 도시는 두 자릿수로 오르고, 어떤 도시는 두 자릿수로 빠졌습니다.
도쿄 58.5%, 숫자의 정체
도쿄의 58.5%는 프라임 시장 전체가 아니라 신축 아파트 가격을 잰 숫자입니다. 도심 한복판에 세계적 수준의 신축 단지가 들어섰는데 물량은 부족했고, 그 희소한 매물로 값이 몰렸습니다.
엔화 약세가 여기에 기름을 부었습니다. 달러를 쥔 외국인 매수자에게 도쿄의 최고급 신축은 사실상 할인 상품이었습니다. 나이트 프랭크가 매긴 상승률은 달러 기준이라, 엔화가 약할수록 달러 환산 폭이 커집니다. 도쿄의 힘이 그만큼 세졌다고만 읽으면 통화 효과를 놓칩니다. 아자부다이 힐스(Azabudai Hills)처럼 대형 신축이 준공되며 평당 기준을 끌어올린 것은 맞지만, 상승률의 상당 부분은 환율과 공급이 함께 빚은 결과입니다.
| 순위 | 도시 | 상승률 |
|---|---|---|
| 1 | 도쿄 | 58.5% |
| 2 | 두바이 | 25.1% |
| 3 | 마닐라(Manila) | 17.5% |
| 4 | 서울 | 14.7% |
| 5 | 프라하(Prague) | 14.6% |
| 6 | 케이맨 제도(Cayman Islands) | 11.0% |
| 7 | 멕시코시티(Mexico City) | 9.4% |
| 8 | 벵갈루루(Bengaluru) | 9.4% |
| 9 | 메리벨(Méribel) | 9.0% |
| 10 | 뭄바이(Mumbai) | 8.7% |
| 자료: 나이트 프랭크(Knight Frank), 더 웰스 리포트 2026 PIRI 100, 2025년 기준 | ||
상위 10위 안에 유럽의 프라하와 카리브해의 케이맨 제도, 라틴아메리카의 멕시코시티가 아시아 도시들과 나란히 놓입니다.
2위 두바이는 1천만 달러가 넘는 초고가 주택이 한 해 500채 팔린, 세계에서 가장 활발한 시장이었습니다. 3위 마닐라는 5년 누적으로 84.9% 올라, 한 해 반짝 상승이 아니었습니다. 중동은 지역 평균 9.4%로 가장 앞섰지만, 그 힘은 두바이 한 곳에 쏠려 있었습니다.
오른 아시아와 무너진 아시아
아시아가 통째로 올랐다는 인상은 순위표 위쪽만 본 결과입니다. 같은 해 광저우(Guangzhou)의 프라임 주택은 12.2% 빠졌고, 홍콩(Hong Kong)은 2.1% 내렸습니다.
서구가 일제히 식었다는 그림도 절반만 맞습니다. 런던(London)은 4.7% 내렸습니다. 취리히(Zurich)는 반대로 4.6% 올랐습니다. 뉴욕(New York)은 소폭 상승에 그쳤고, 로스앤젤레스(Los Angeles)는 초고가 거래를 위축시킨 세제(Measure ULA)에 눌렸습니다.
그러면 무엇이 승자를 갈랐을까요. 도쿄·마닐라·서울·프라하는 핵심지 공급이 빠듯했고, 매수자가 금리에 덜 흔들렸습니다. 나라별 평균 집값과 따로 움직였습니다.

서울이 4위에 오른 조건은 따로
서울은 14.7%로 4위에 올랐습니다. 흔히 금리가 오르는데도 버텼다고들 합니다. 2025년은 반대였습니다. 한국은행은 그해 5월까지 기준금리를 2.5%로 내렸고, 이후 연말까지 묶어 두었습니다. 낮아진 금리가 오히려 자금을 자산으로 밀어 넣었습니다.
강남·용산 같은 핵심지의 초고가 단지는 공급이 한정돼 있습니다. 여기에 고소득층 수요가 몰렸습니다. 그래서 값이 버텼습니다. 이 대목에서 글로벌 초고가 주택 시장의 상위권 도시들과 서울이 같은 조건을 공유합니다. 희소한 핵심지와 금리에 덜 민감한 매수자.
초고가 주택 순위가 가린 것
숫자 하나가 시장 전체를 대변하지는 못합니다. 평균은 3.2%였습니다. 2024년 3.6%보다 낮아진 값입니다. 도쿄의 58.5%와 이 평균이 한 표에 같이 있다는 건, 시장이 몇 개 층으로 쪼개졌다는 뜻입니다.
다음 승자는 지리로 갈리지 않아
다음 상승이 어느 대륙에서 나올지 묻는 방식은 초점을 비껴갑니다. 2025년이 보여 준 건 지리가 아니었습니다. 조건이었습니다. 핵심지 공급이 얼마나 빠듯한지, 이동하는 자본이 어디에 발을 붙이는지, 통화가 어느 쪽으로 도는지. 이 세 가지가 겹치는 도시가 다음 순위표 위쪽에 놓입니다.
인도의 뭄바이와 벵갈루루는 자국 억만장자가 늘며 이 조건에 다가서고, 마닐라는 이미 상위권에서 속도를 유지합니다. 서울은 핵심지 희소성이라는 한 축을 쥐고 있습니다. 남은 변수는 하나입니다. 자금이 어느 방향으로 도는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