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비가 가장 많이 내리는 곳 TOP 10

집 밖으로 한 발짝 나서기도 어려울 만큼 비가 쏟아지는 곳이 지구에는 실제로 있습니다. 세계에서 비가 가장 많이 내리는 곳은 연간 강수량이 1만 mm를 넘나듭니다. 우리나라 연평균의 7~8 배입니다.

세계 1위 자리는 무엇을 재느냐에 따라 바껴

오랫동안 세계 1위 하면 인도의 마우신람(Mawsynram)이나 체라푼지(Cherrapunji)를 떠올렸습니다. 최근 몇 해 사이에는 인도네시아 파푸아(Papua)주 티미카(Timika) 인근의 마일 50(Mile 50)이 연평균 12,143mm로 상위에 올라 주목받았습니다. 다만 이 지점은 프리포트 광산 도로 중간의 관측 지점입니다. 사람이 모여 사는 마을이 아닙니다. 마우신람은 기네스북에 ‘사람이 사는 곳’ 기준 최다 강수지로 오른 곳이라, 두 숫자는 애초에 재는 대상이 다릅니다.

비교를 콜롬비아까지 넓히면 순위는 더 흔들립니다. 요로(Lloró)는 1952~1989년 평균 12,717mm, 로페스데미카이(López de Micay)는 12,892mm를 기록한 자료가 남아 있습니다. 관측 기간과 방식이 제각각이라 하나의 표로 줄 세우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세계에서 비가 가장 많이 내리는 곳”이라는 한 줄에는 ‘무엇을, 언제, 어떻게 쟀는가’가 늘 따라붙습니다.

상위 10곳은 바다와 산맥이 맞붙은 자리

순위지역국가연평균 강수량(mm)
1마일 50인도네시아12,143
2마우신람인도11,871
3체라푼지인도11,777
4투투넨도(Tutunendo)콜롬비아11,770
5크롭강(Cropp River)뉴질랜드11,516
6산안토니오데우레카(San Antonio de Ureca)적도기니10,450
7데분샤(Debunscha)카메룬10,299
8빅 보그(Big Bog)미국(하와이)10,272
9와이알레알레산(Mt. Waialeale)미국(하와이)9,763
10쿠쿠이(Kukui)미국(하와이)9,293
자료: 월드 아틀라스(World Atlas)·아시아 타임스(Asia Times)·시아시아스탯츠(SeasiaStats)

상위 10곳은 모두 연 9,000mm를 넘고, 이 가운데 셋이 하와이 화산 사면에 몰려 있습니다.

이름을 쭉 늘어놓으면 한 가지가 눈에 들어옵니다. 대륙 한복판의 거대한 산맥이 아니라, 바다에 바짝 붙은 급경사 지형이 대부분입니다. 인도 메갈라야(Meghalaya)는 벵골만(Bay of Bengal)을, 콜롬비아 초코(Chocó)는 태평양을, 하와이는 사방의 바다를 곁에 두고 있습니다. 바다에서 막 올라온 습한 공기가 곧장 산을 만나 밀려 올라가는 구조입니다.

세계에서 비가 가장 많이 내리는 곳은?
세계에서 비가 가장 많이 내리는 곳은?

극한의 비는 세 조건이 겹쳐야 만들져

이 지형들이 공유하는 조건은 크게 셋입니다. 먼저 비의 원료가 되는 따뜻한 바다가 곁에 있어야 합니다. 서태평양, 벵골만, 태평양 연안 바다가 쉼 없이 수증기를 뿜어 올립니다. 여기에 그 습기를 위로 밀어 올릴 가파른 산맥 장벽이 필요합니다. 자야위자야(Jayawijaya) 산맥, 카시 구릉(Khasi Hills), 안데스(Andes) 산맥, 하와이 화산이 그 벽 노릇을 합니다.

공기가 산을 타고 오르면 식으면서 수증기가 구름으로 뭉칩니다. 이게 지형성 강우입니다. 마지막으로 이 과정을 매일 되풀이할 큰 바람이 있어야 합니다. 인도의 여름 몬순, 하와이의 북동 무역풍, 뉴질랜드의 편서풍이 습한 공기를 산맥으로 실어 나릅니다. 세 가지가 한자리에서 맞물릴 때 연 1만 mm의 비가 나옵니다.

한국에서 가장 비 많은 곳은?

우리나라 연평균 강수량은 약 1,300mm 안팎입니다. 세계 상위권과 견주면 온건한 편입니다. 그래도 국내에서 유독 비가 몰리는 곳이 있습니다. 제주 한라산 고지대입니다. 제주지방기상청 자료를 보면 해발 1,600m대 윗세오름 관측소의 2003~2009년 연평균 강수량은 4,669.4mm였습니다. 남쪽 바다에서 올라온 습한 기류가 한라산 사면에 부딪혀 밀려 오르는, 세계 다우지와 똑같은 지형성 강우입니다. 하루에 1,000mm를 넘긴 날도 있었습니다.

여기서 앞의 순위 이야기가 다시 나옵니다. 국내 1위도 ‘무엇을 재느냐’로 갈립니다. 산악 관측지점을 빼고 행정구역 기준으로 보면, 최다 강수 지역은 제주가 아니라 경남 거제입니다. 사람이 주로 사는 평지 관측소로 좁히면 제주 성산이 약 2,000mm 안팎으로 앞자리에 섭니다.

순위표를 읽을 때 함께 봐야 할 숫자

숫자 하나만 보고 “여기가 1위”라고 못 박으면 놓치는 게 많습니다. 기준을 먼저 봐야 합니다. 거주지인지 관측 지점인지, 몇 년 치 평균인지, 어느 기관이 쟀는지를 짚고 나서 순위를 읽는 편이 낫습니다. 같은 표라도 조건이 바뀌면 1위가 통째로 바뀌니까요.

극한의 강수는 사람이 살기엔 척박하지만, 그 대신 고유종 식물과 울창한 우림, 이탄 습지 같은 풍경을 남깁니다. 앞으로 기후가 달라지면 이 지도도 다시 그려질 수 있습니다.